지난 주말엔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배불리,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사쟁이며 보냈다. 요가 학원을 다시 나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당분간 어려울 것 같아 보여서 요가 앱 1년 치도 정기결제했다.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약간의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시기와,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으니 슬금슬금 돌아다녀보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는 시기. 한 해가 다 가도록 이 두 시기가 어떤 패턴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지지난주까지만 해도 고향집에 내려가서 친구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연말 모임을 몇 개씩 잡았는데 지난주엔 기차표를 취소하고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갔고 약속 잡아둔 모임도 일단은 지켜봐야겠다는 말들이 카톡으로 오고 가고 있다.
안정되지 않은 이 상태는 언제쯤 안정되려나. 기다리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는 걸 알지만 조금은 억울해진다. 내 의지가 아닌데 한해를 엉망진창으로 보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건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게 억울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것도 이내 생각해 낸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냥 이렇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 줄 일들을 조금씩 하면 된다. 원래도 밖에 나가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었으니 이 기회에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많이 보고 글을 쓰고, 평소처럼 자주 정처 없이 걷고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그냥 그렇게 눈앞의 시간들을 잘 붙들면 된다.
이것저것 읽는중인 책들 중에 김지수 기자의 두 번째 인터뷰집인 <자존가들>을 얼마 전 다 읽었다. 아마 휴직하기 전에 샀던 책인 것 같으니 4월쯤에 샀을 텐데 깨작깨작 읽다보니 7개월이나 걸려 다 읽었네.
지난 인터뷰집만큼 이번 인터뷰집에도 기억해두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멋진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니 당연한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많은 말들 중, 최근 했던 생각과 가장 닿아있던 건 정신의학자 이근후 교수의 인터뷰 중에 있었다.
'억울한 생각, 불안한 생각이 차오를 땐 어찌합니까? '
'그런 생각은 인위적으로 끊어 낼 수 없어요. 잊으려고 애쓸수록 과거는, 미래는 괴물처럼 커져요.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일을 찾는 거예요. 원한을, 걱정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찾아서 야금야금해야죠. 상한 마음이 올라올 틈이 없도록. 불안을 끊어 낼 순 없지만 희석할 순 있거든요. 그렇게 작은 재미가 오래 지속되면 콘크리트 같은 재미가 돼요. ' 김지수, <자존가들> 중에서
즐거운 일을 찾아 야금야금 하는 것.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이것인 듯 하다. (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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