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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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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20191005) 토요일에 불꽃축제가 있어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다. 집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불꽃을 보며 즐거웠다. 우리 집 창문에 쪼르르 붙어 창밖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불꽃을 보겠노라 고개를 빼고 있는 친구들이 귀여워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사진을 다시 보니 찍고 있는 내 얼굴도 창문에 비쳐 같이 찍혀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행복해보였다. 그때 난 행복했던 걸까. 잘 모르겠지만 웃고 있으니 행복했으려니 한다.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같은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냥 살아나가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행복해지는 방법을 습관처럼 끊임없이 찾았다. ‘행복의 정복’ ‘행복의 기원’ 같은 행복이 들어간 책만 보면 사모으고 책에 밑줄을 긋고 노트에 따로 옮겨 적어가며 행복을 공부했다. 필사적으로 행복해지려..
행복을 위한 팁 (20191002) 오늘 회사 동기들이랑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행복에 대한 각자의 팁을 공유했다. 나는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고 말했고, 동기는 행복이 느껴지는 순간 ‘행복하다’라고 자주 말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 공감이 됐다. 언젠가 ‘왜 현재형의 행복은 잘 없을까?’ 란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때 참 행복했었지’ 나 ‘행복하자’ '행복해질 거야' 같은 말은 자주 하면서 정작 ‘행복하다’라는 문장은 자주 말하지 않는다. 나만 그런 건가. 나의 경우 하루 중에 '아 힘들다' 라는 말은 자주 해도 '아 행복하다'라는 말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행을 간다던지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이상은. 어차피..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힘 (20190917) 최근엔 머릿속이 계속 복잡하다. 근데 왜 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단순히 ‘복잡하다’는 표현보다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같은 것들로 머릿속이 꽉 차 있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경직 되어있는 상태가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된다. 일어나지 않은 안좋은 상황과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평소라면 일상적으로 할 전화 통화도 이런 시기엔 어렵기만 하다. 업무 상 아무래도 통화 상대와 안 좋은 이야기를 해야할 때가 많은지라 ‘전화받은 상대방이 화를 내면 어떡하지?’ ‘그러다 싸우면 어떡하지?’ 같은 일어나지 않은 불편한 상황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늘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말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생각해보고 난 ..
사소하게 기대하기 (20190818) 나이가 들며 점점 기대를 줄이게 된다. 나에 대한 기대, 타인에 대한 기대, 그리고 관계에 대한 기대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는 게 상처나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덜 받는 방법이란 걸 자연스레 알아가고 있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기대를 버리다 보니 재미도 점점 사라져갔다. 기대하는 것이 실현되기 전까지 설레는 시간이라던지 실현된 순간의 기쁨 같은 것들도 함께 버려졌으므로. 우울이 쉽게 찾아왔다. 기대하는 것이나 사랑하는 것들이 별로 없이 사는 삶은 우울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난 사소한 것들을 기대하며 산다. 좋아하는 과일을 마음껏 먹으며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집 앞 공원을 산책하는 시간처럼 평범한 일상을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
초록 (20190629) 초록색을 좋아한다. 초록색 텀블러를 들고 초록색 케이스를 끼운 에어팟과 초록색 지갑을 초록색 가방에 담아 외출한다. 당연하게도 초록색이 보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심지어 사람이 가득한 2호선을 타는 것조차도. ‘나는 초록색이 좋아.’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자주 생각한다. 나를 아는 모두에게 다 말해서 이제 더 이상 말할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되뇐다. 하늘, 구름, 나무, 초록처럼 눈에 자주 띄는 것들 중에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아 ‘나는 이게 좋아’라고 말하고 나면 매일매일 기분 좋은 순간을 마주할 기회가 많아진다. 행복이 대체 뭘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답을 찾겠다고 꽤 오랜 시간 이리저리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쁘게, 즐겁게, 뿌듯하게, 와 같이 기분이 좋은 채로 보낸 잠깐의 순간에 지..
마음에 편안함이 찾아왔을 때 (20190628) 평소 일을 할 때 난 매우 산만하다. 다리를 떨고 자세를 계속 바꾼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일을 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그건 마음이 분주하고 불안해서였고 불안함의 원인은 대부분 실수하면 어떡하지? 일을 빨리 처리하지 않아서 혼나면 어떡하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요즘 일을 할 때 나는 덜 산만하다. 마음속 불안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대신 마음 안쪽으로 차분함과 고요함이 느껴진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생각이 달려 나가지 않고, 과도하게 긴장해 있지도 않다. 그 이유를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스스로 내린 답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일이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일이었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
내가 된다는 것 (20190621) 한 달여간의 짧은 여름방학 아닌 여름방학이 끝나간다. 다시 회사로 복귀할 생각을 하니 약간 속이 쓰리고 머릿속이 복잡해져 오지만 다시 돌아가 적응해봐야지 뭐. 한 달 동안 의미 있는 걸 해야 한다거나 무언가 생산적인걸 해야 한다고 목매다는 대신 하고 싶은걸 했다.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대로. 빈둥거린 걸까. 아니 난 이 시간이 헛되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간 역시 내가 나일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이었을 거라 믿는다 최근엔 ‘내가 된다는 것’ 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니 자신이 되어라’ 류의 문장을 보면 마음이 동하곤 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내 자신이 되는 건지도 모르면서. 쉬는 기간 동안 얄팍하게나마 찾아본 답은 아무래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
안 가보면 계속 모르는 거니까 (20190306) 새롭게 맡게 된 일들이 많은 요즘, 매일매일이 불안함과 두려움의 연속이다. 뭔가를 잘못한 건 아닐까,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내가 무언갈 잘못해서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들이 잘 때까지 따라붙어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 아침도 당연하게 늦잠을 잤고 출근길에 허겁지겁 택시를 탔다. 택시아저씨가 회사까지 어떻게 가는 게 빠르냐고 묻길래 '택시 타면 보통 노들길로 많이들 가시더라고요.'라고 말했더니 본인이 노들길을 한 번도 안 가봐서 길을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난 괜찮으니 편하신 길을 타시라 말씀드렸다. 잠시 뒤 노들길로 가는 길과 대방역쪽으로 가는 길의 갈림길에서 아저씨는 예상외로 노들길 타는 걸 택하셨다. 머뭇머뭇 주변을 살피며 들어서더니 표지판을 보고 맞게 들어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