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더포스트를 봤다. 친구가 보고 싶다 길래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본거였는데 꽤 좋은 영화였다.
회사의 주인임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캐서린이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는 내용적인 측면도 맘에 들지만 억지 감동을 주기 위한 작위적인 대사나 상황, 자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 자 하는 바다!라고 하는 식의 일장 연설하는 장면 따위가 없었던 게 좋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캐서린을 무시하던 남자 이사를 ‘이건 내 아버지의 회사도, 남편의 회사도 아닌 내 회사에요’ 라는 반박 불가의 문장으로 처치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go to bed' 하는 메릴 스트립은 우아하고 아름다웠고 사이다였다.
이시대에 꼭 말해야할것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 들고 나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대해서도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상상보다는 역사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고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말을들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온 것들을 공고히 하기보다는 새로움을 찾으려하는 태도가 멋지다고 할수밖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우아하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크기란 참 어려운 일인듯한데, 아주 가끔 그런 어른들을 볼때면 늘 존경과 신비로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와 같은 호기심이 섞인 오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성숙해지는 게 아니고 다만 성숙해질 기회를 그만큼 얻는 것' 이란 말을 보고 꽤나 공감했던 기억이 났다. 한해 한해 성숙해질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놓치지 않은 사람들만이 우아한 어른으로 늙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있는 건가?
이십대 후반의 나는 20살의 나에 비해 크게 성숙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때에 비해 불안과 초조가 많이 줄어든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처음 해보는 것,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 투성이었던 그 시절엔 불안과 초조가 매 순간 따라붙었던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재미도 있었지만.
한해 한해 경험치가 쌓여감에 따라 새로운 것도 처음 하는 것도 줄어들지만 그만큼 불안감도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담 40,50살쯤이 되면 훨씬 안정적인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해보며 영화관을 나왔다. (1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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