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별은 안녕이라 말할 새도 없이, 아쉬워하거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서성거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찾아온다. 얼마 전엔 사랑니를 뽑았다. 마취를 하고 뽑기 시작한 지 채 1-2분이 지나지 않아 허무하게 뽑혀 나왔다.
마취가 되는 순간은 아팠으나 정작 이가 뽑히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인지하지 못할만큼 짧고 허무했다. 뽑힌 사랑니는 모양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내겐 커다란 구멍이 남았다. 이토록 작고 사소한 이별도 내 몸 한구석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고야 만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야 만다.
나는 늘 떠나지 않고 그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쪽이었는데, 왜 수차례 반복된 헤어짐들은 내쪽에만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느껴질까. 왜 떠나간 이들보다 내가 더 멀리 떠나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안녕, 하는 인사로 만난 사람과 안녕, 하는 인사로 헤어지게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하게 되는 동안 변하지 않는 건 인사뿐이다. 그 시간동안 추억이 생기고 기억이 생기고 흔적이 생기므로.
태생이 살가움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에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 같은 걸 좀 더 잘 표현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마지막엔 결국 남고야 만다. 만남과 이별이란 시간 사이에 퇴적하는 것들, 흔적, 아쉬움 같은 것들로 인해 나는 이제껏 변화하고 또 자라왔나보다. (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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