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만나 서로 책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때 선물 받은 2권의 책중 한 권이 이 책이었다.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는 선풍기, 토스터기 등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가전제품을 만들어내는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의 자전적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풀어 나간다. 전문작가가 아니다 보니 문장이 유려하거나 색다른 표현을 보는 즐거움 같은 것은 없지만, 책을 통해 테라오 겐이라는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재밌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생각, 음악,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과 말들까지.. 누군가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은 대체로 재밌다. 사람들이 겪는 역경과 어려움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그 실패와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도 (혹은 이겨내지 못하는 가도 )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걸 읽는 재미가 있어서 매번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테라오 겐은 20대 초반부터 락 밴드를 하겠다며 꿈을 좇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 후 수작업으로 노트북 스탠드와 같은 제품들을 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 마저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는 포기하는 대신 새롭게 제품을 개발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에 매달렸고, 결국 그것으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한다. 또 한 번 실패할까 두려워 포기하는 대신 도전하고 시도한 것이 결국 그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그가 좀 더 뛰어났던 점은 좋아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가 있었고, 실패한 후에 좌절하는 대신 다음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었다는 점인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해서 아티스트로 살아보려고 시도했으나 실패를 겪지만 좌절하는 대신 그것 다음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시작을 위한 용기와 다음으로 나아갈 힘이 있었기에 그는 발뮤다라는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나 자서전을 읽다 보면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것이 보이는데, 그건 바로 수차례의 실패를 통해 성공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실패를 겪는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겪는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번 도전을 했다는 말로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남들보다 많은 시도를 하고, 남들보다 많은 실패를 겪은 후에 또, 남들보다 여러 번 노력해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그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어쩌면 실패한 순간 성공의 문이 눈 앞에 나타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0년엔 더 많이 실행하고 더 많은 실패를 맛볼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함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실패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실패는 그것의 파급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해서 무서운 거다. 굉장한 실패를 경험하고 나면 대충이나마 그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모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대부분의 실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끔찍하지 않다. 오히려 실패에 익숙해지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긴장도 덜하게 된다. (144p)
인정받는 것과 내가 꼭 하고 싶은 것, 이들 중에서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것이 지난 실패를 통해 얻은 최대의 교훈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려고 했다니, 그 의도부터 틀려먹었다. (167p)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리다보니, 언제부턴가 내 안에는 상쾌한 기분만이 남아있었다. 그토록 내가 가진 생명을 온몸으로 느끼며 보낸 날들은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65p)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그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가진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건 틀린 생각이다. 아무리 내게 불리한 상황이라 해도 역전할 기회는 늘 있다.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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