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맡게 된 일들이 많은 요즘, 매일매일이 불안함과 두려움의 연속이다. 뭔가를 잘못한 건 아닐까,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내가 무언갈 잘못해서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들이 잘 때까지 따라붙어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 아침도 당연하게 늦잠을 잤고 출근길에 허겁지겁 택시를 탔다.
택시아저씨가 회사까지 어떻게 가는 게 빠르냐고 묻길래 '택시 타면 보통 노들길로 많이들 가시더라고요.'라고 말했더니 본인이 노들길을 한 번도 안 가봐서 길을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난 괜찮으니 편하신 길을 타시라 말씀드렸다.
잠시 뒤 노들길로 가는 길과 대방역쪽으로 가는 길의 갈림길에서 아저씨는 예상외로 노들길 타는 걸 택하셨다. 머뭇머뭇 주변을 살피며 들어서더니 표지판을 보고 맞게 들어선 걸 확인하고는 안심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한번 타봐야 다음에도 또 가지. 처음엔 실수할까봐 무섭지만 안 가보면 계속 모르는 거니까.’
분명 몇십 년은 운전을 했을 것 같은 머리가 하얗게 샌 아저씨도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고 있구나. 조금 비겁하지만 묘한 위안을 느꼈다.
맞아. 뭐든 해보지 않으면 계속 모르는 채로 남게 되겠지. 해보면 경험으로 남을 테고. 일할 때마다 실수할까 봐 두렵지만 무언갈 놓치거나 실수한다 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어떤 형태의 깨달음으로 내게 남겠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떤 시간도 의미가 없었다고 할 만한 시간은 없었고 어떤 경험도 헛되었다고 할 만한 경험은 없었다. 불안 속에서 괴로워하며 보낸 이 시간도 훗날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 (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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