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을 할 때 난 매우 산만하다.
다리를 떨고 자세를 계속 바꾼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일을 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그건 마음이 분주하고 불안해서였고 불안함의 원인은 대부분
실수하면 어떡하지? 일을 빨리 처리하지 않아서 혼나면 어떡하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요즘 일을 할 때 나는 덜 산만하다. 마음속 불안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대신 마음 안쪽으로 차분함과 고요함이 느껴진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생각이 달려 나가지 않고, 과도하게 긴장해 있지도 않다. 그 이유를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스스로 내린 답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일이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일이었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꼭 내게 일어나야 하는 일도, 꼭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도 없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뭐든 절박해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두 번째, 지금 마음 상태가 어떤지를 자주 점검했다. 마음이 더러워지지 않게 화나 짜증, 불편한 감정들이 묻어 있지 않은지 또는 긴장되거나 불안하지 않은지를 자주 들여다 봐 주었다. 나에게 관심을 좀 더 쏟고 스스로 내 마음을 알아차리려 해 주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세 번째.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내면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지 않으려 애썼다. 매일 운동해야 하고 식이 조절해서 몸무게를 유지해야 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하고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내가 만든 규칙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마음껏 먹고 마음껏 빈둥거렸다. 살은 찌지 않았다.
네 번째. 내 마음의 모양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즐겁다, 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입으로 몇 번 그 말을 굴려보는 것만으로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행복하다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은 변함없지만 내가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기분은 달라질 수 있다. 나빠 보이는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내 기분은 내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했다. (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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