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간의 짧은 여름방학 아닌 여름방학이 끝나간다. 다시 회사로 복귀할 생각을 하니 약간 속이 쓰리고 머릿속이 복잡해져 오지만 다시 돌아가 적응해봐야지 뭐.
한 달 동안 의미 있는 걸 해야 한다거나 무언가 생산적인걸 해야 한다고 목매다는 대신 하고 싶은걸 했다.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대로.
빈둥거린 걸까. 아니 난 이 시간이 헛되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간 역시 내가 나일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이었을 거라 믿는다
최근엔 ‘내가 된다는 것’ 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니 자신이 되어라’ 류의 문장을 보면 마음이 동하곤 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내 자신이 되는 건지도 모르면서.
쉬는 기간 동안 얄팍하게나마 찾아본 답은 아무래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 인듯하다.
돌이켜보면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 멋져 보이는 인간의 상을 정해 놓고 그 틀 안에 들어가고자 늘 애써왔다.
내용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매년 새해가 되면
‘미래를 불안해하거나 과거를 후회하지 않기’
‘솔직해지기’
‘차분해지기’
‘걱정 줄이고 낙관하기’
와 같은 신년 목표를 세우고 저런 모습의 인간이 되자고 결심하곤 했다. 이것들을 간절히 바랬던 건 사실 진짜 나는 저 문장들의 정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끊없이 불안해하고 자주 후회하는 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애’
‘차분하지 못하고 늘 걱정과 생각에 사로잡힌 애’
오랫동안 내 안에서 없애보려고 노력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던 내 모습도 이제 그냥 나로 받아들여보기로 한다.
불안해하고 자주 후회하는 모습도, 솔직해지지 못하고 감정을 삼키는 모습도, 자꾸만 미래를 걱정을 하는 모습도 모두. 이 모습들도 나고, 이걸 고치고 싶어서 끙끙대며 노력하는 것도 결국은 나다. 이 단점과 결여들 때문에 힘들어할 이도 나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건, 극복해내던, 어떻게든 해결하며 살아나갈 이도 결국 나니까.
물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 또한 나니까 이제껏 해온 모든 노력들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고치지 못하는 것에, 저 모습들이 변하지 않는 것에 너무 좌절하지도 않으려 한다. 불안과 걱정이 사라지지 않으면 그냥 그런대로, 그것들과 함께 계속 흔들리며 가보는 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좋든 싫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랑 함께할 건 나 자신이며, 신이 아니라 내가 나를 구원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적힌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이라는 책을 다시 펼쳐 읽어본다.
미운 구석 고치고 싶은 구석 많았던 애지만 얘랑 좀 더 날 지내봐야겠다. 얘가 뭐가 하고 싶은지 뭐가 필요한지 뭐가 힘든지 자주 들여다봐줘야지. 좋은 점을 찾아서 칭찬도 해줘 보고 단점은 부정하는 대신 좋은 쪽으로 바꿔 생각해줘 보기로 해야지.
일단 다른 누가 아니라 내가 내편이 되어 보기로 한다. (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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