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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생각

초록 (20190629)

초록색을 좋아한다.

 

초록색 텀블러를 들고 초록색 케이스를 끼운 에어팟과 초록색 지갑을 초록색 가방에 담아 외출한다. 당연하게도 초록색이 보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심지어 사람이 가득한 2호선을 타는 것조차도.

 

‘나는 초록색이 좋아.’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자주 생각한다. 나를 아는 모두에게 다 말해서 이제 더 이상 말할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되뇐다.  

 

하늘, 구름, 나무, 초록처럼 눈에 자주 띄는 것들 중에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아 ‘나는 이게 좋아’라고 말하고 나면 매일매일 기분 좋은 순간을 마주할 기회가 많아진다.  

 

행복이 대체 뭘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답을 찾겠다고 꽤 오랜 시간 이리저리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쁘게, 즐겁게, 뿌듯하게, 와 같이 기분이 좋은 채로 보낸 잠깐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는 동안 그런 잠깐의 순간들을 좀 더 많이 발굴하고 수집할 줄 아는 사람이, 혹은 그런 순간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좋아하는 걸 찾고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 가능하면 매일의 일상 속에서 그것을 찾아낼 때마다 행복의 가능성이 커진다. 내가 좋아하는 구름을 볼 때, 좋아하는 초록을  볼 때마다 행복해질 기회와 쉽게 마주하게 된다. 행복은 내가 발견해내는 수만큼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보다는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더 많은 삶을 살기로 한다. 책 읽기만 좋아하고 자전거 타는 건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책 읽기도, 자전거 타기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즐거울 기회가 더 많을 테니까. 생각만 해도 웃음 지어지는 게 10개인 사람보다는 100개인 사람에게 행복해질 자원이 더 많은 것일 테니까. 

 

싫은 것 싫다고 외치고 다니는 대신 좋은 것을 찾고 그것들이 왜 좋은지 외치고 그게 왜 좋은지 생각하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살고 싶다. 그 편이 내 행복의 가능성을 훨씬 키워줄 거라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