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며 점점 기대를 줄이게 된다. 나에 대한 기대, 타인에 대한 기대, 그리고 관계에 대한 기대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는 게 상처나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덜 받는 방법이란 걸 자연스레 알아가고 있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기대를 버리다 보니 재미도 점점 사라져갔다. 기대하는 것이 실현되기 전까지 설레는 시간이라던지 실현된 순간의 기쁨 같은 것들도 함께 버려졌으므로. 우울이 쉽게 찾아왔다.
기대하는 것이나 사랑하는 것들이 별로 없이 사는 삶은 우울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난 사소한 것들을 기대하며 산다.
좋아하는 과일을 마음껏 먹으며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집 앞 공원을 산책하는 시간처럼 평범한 일상을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찻집에 가는 주말, 또는 아무런 계획 없이 쇼핑몰을 어슬렁 거리다 충동적으로 영화 한 편을 보고 들어오는 주말을 기대하며 일주일을 보낸다
또 한달에 한 번은 나를 위한 이벤트를 만들어두려고 한다. 그걸 기대하며 한 달을 살아낼 수 있을 만큼 꽤 나 즐거운 이벤트를.
10년 뒤 20년 뒤에 큰 부자가 된 나, 같은 걸 기대하며 살아가기엔 내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일단은 매일매일의 끝을, 매 주말의 끝을, 이번 달의 끝을 기대하며 살아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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