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알았겠어요, 퍼포먼스 하면 선미를 떠올리게 될 줄을. 선미 씨는 알았어요?
저도 몰랐어요. 처음 솔로를 시작했을 때도 긴가민가했어요. '가시나'를 기준으로 제 자신이 가수 선미의 정체성을 인지하게 됐어요.
계기가 있었어요?
회사를 옮겼을 때 혼란스럽고 힘들었어요. 내가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나에 대해서 미친 듯이 파고들었어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찾았고, 그때 알게 된 단점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산만하다는 거였어요. 차분해 보인다는 인상을 주지도 못해요. 모니터링해보니 늘 불안해하고 정신 사납더라고요. 그런데 단점이라고만 생각한 것들을 가수로서의 아이덴티티로 잘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이러기도 했다가 저러기도 했다가, 눈이 확 돌아가기도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걸 숨기지 말고 무대에서 표현을 하자 했죠. ‘가시나’에서 “왜 날 두고 가시나” 하고 표정이 바뀌는 것도 첫 방송할 때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거였어요. ‘무대에서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 준비한 게 아니라. 그래서 저도 제 첫 무대를 보고 많이 놀랐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애였구나.’
얼마 전 읽었던 가수 선미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가시나 앨범이 나오기 전,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관찰했더니 불안정함, 감정 기복이 심함, 산만한 점이 특징이었다고. 그녀는 단점이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특징들을 받아들였고, 가수로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담아냈다고 했다.
‘불안정’에 대해 생각해본다.
구글에 ‘Unstable’ 을 검색하면 ‘Prone to change’라는 뜻이 가장 먼저 나온다. 불안정한 것들은 곧 '변화의 경향'이 있는 것들이고, 불안정한 상태는 '금방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불안정’ 이란 언제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정함이라는 개념에서 이제껏 가지고 있던 부정적 개념이 지워지고 ‘언제든 변화할 수 있음’의 긍정적 개념이 보였다.
선미는 이미 그것을 알아차린것 같다. 열심히 들여다보고 들여다본 결과 자신이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들의 부정적인 측면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해 낸 것 같았다.
자신이 없애고 싶어하던 단점을 모두 수용해서 만든 앨범 ‘가시나’는 모두가 알 듯 대성공을 거뒀다.
어쩌면 그녀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장 동력은 불안정함에서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19.05.28)
사진 및 인터뷰 원문 출처 : 에스콰이어 코리아
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36511
'Input > 텍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리 비숍 <시작의 기술> 을 읽고 (0) | 2020.05.23 |
---|---|
카를로 로벨리,<모든 순간의 물리학> 과 텐진 갸초, <달라이라마 반야심경 > 을 읽고 (0) | 2020.04.26 |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를 읽고 (0) | 2020.04.23 |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 를 읽고 (0) | 2020.04.16 |
에스콰이어 김완선 인터뷰를 읽고 (0) | 2020.04.15 |